답변
현장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부터 인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소규모 갤러리 대부분은 전시 작품을 촬영해 SNS와 포스터, 홈페이지에 올리고, 작가도 대개는 문제 삼지 않습니다. 홍보가 판매로 이어진다는 이해가 서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관행은 계약서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상태로도 몇 년씩 굴러갑니다. 문제는 이 관행이 권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묵인에 기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가가 마음을 바꾸는 순간, 전속 관계가 끝나는 순간, 작품이 팔려 소장자가 바뀌는 순간에 근거가 사라집니다. 권리 구조를 짚겠습니다. 저작권법 제2조 제2호는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로 정의합니다. 갤러리가 위탁받은 것은 판매를 대리하는 지위이지 작품에 대한 권리가 아니고, 작품이 팔려 소유권이 구매자에게 넘어가도 저작권은 작가에게 남습니다. 전시 자체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35조 제1항이 미술저작물등의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하여 전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원본을 소유하지 않은 갤러리는 여기서 '동의를 얻은 자'의 자리에 서므로, 전시를 할 수 있는 근거 자체가 계약서상의 동의에서 나옵니다. 복제 쪽은 제35조 제3항이 따로 있습니다. 전시를 하는 자 또는 원본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는 그 저작물의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에 이를 복제하여 배포할 수 있다는 조항인데, 허용 형태가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로 특정돼 있습니다. 전시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작품 이미지를 모든 매체에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위험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분명히 말씀드리겠습니다. SNS 게시물, 인쇄 포스터와 현수막, 홈페이지 상시 게시, 전시 종료 후의 온라인 아카이브, 유료 광고 소재가 제35조 제3항의 '목록 형태의 책자'에 드는지는 이번 확인 범위에서 해석례로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든다고도 아니라고도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상담으로 확인하십시오. 다만 해석이 어느 쪽으로 나오든 분쟁이 실제로 터지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작품 이미지를 배너 비율에 맞춰 자르거나 색보정과 필터를 넣거나 그 위에 텍스트를 얹는 처리, 작가명과 작품 정보를 빼고 올리는 게시물입니다. 이는 저작재산권과 별개인 저작인격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데, 해당 조문 번호와 판단 기준을 원문으로 대조하지 못했으므로 번호를 적지 않겠습니다. 책임은 게시물을 올린 갤러리에 돌아가고, 작가와의 관계가 끊어지면 다음 전시 섭외까지 함께 무너집니다. 그래서 관행에 기대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법 해석의 회색 지대를 넓게 쓰는 방법이나 문제 제기를 피해 가는 운영 방식은 안내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계약서에서 해결하십시오. 전시계약서의 이미지 이용 조항에 여섯 가지를 채우시면 됩니다. 첫째 사용 매체를 SNS 계정별, 포스터·현수막, 보도자료, 홈페이지, 종료 후 아카이브, 유료 광고 소재로 나눠 각각 표시합니다. 둘째 사용 기간을 전시 기간 중인지 종료 후 몇 년까지인지 적습니다. 셋째 변형 허용 범위로 크롭·색보정·텍스트 삽입 가능 여부와 게시 해상도 상한을 정합니다. 넷째 크레딧 표기 방식을 작가명·작품명·제작연도·재료·크기·사진 촬영자까지 형식으로 고정합니다. 다섯째 도록 판매, 굿즈 제작, 제3자 매체 제공 같은 2차 이용을 별도 항목으로 뺍니다. 여섯째 작가가 내려 달라고 요청했을 때의 처리 기한을 적습니다. 특히 '홍보에 사용할 수 있다'는 한 줄로 뭉뚱그리지 마십시오. 갤러리 계정에 전시 안내를 올리는 것과 같은 이미지에 예산을 실어 타기팅 광고로 돌리는 것은 작가가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르므로, 유료 광고 집행과 제3자 매체 제공은 따로 동의를 받아 두셔야 합니다. 관람객이 찍은 사진은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사진 자체에 대한 권리는 찍은 관람객에게 있고, 사진에 담긴 작품에 대한 권리는 작가에게 남아 있습니다. 갤러리 계정에 다시 올리려면 두 쪽의 동의가 모두 있어야 합니다. 해시태그 이벤트 안내에 재게시 동의 문구를 넣는 방식이 많이 쓰이지만 그 문구는 관람객 쪽만 해결할 뿐 작가 쪽 동의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전시 준비 단계에서 작가별로 촬영 자체를 원하지 않는지, 촬영은 되지만 SNS 게시는 원하지 않는지, 게시까지 허용하되 크레딧을 요구하는지 세 갈래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전시장 입구와 작품 옆에 작품 단위로 표시해 두시면 관람객 응대와 계정 운영이 한 번에 정리됩니다. 마지막으로 전시가 끝난 뒤를 정해 두십시오. 홈페이지의 지난 전시 페이지와 SNS 게시물은 전시가 끝나도 그대로 남아 검색에 걸립니다. 존치 기간과 게시 형태, 작가 요청 시 처리 기한을 계약서에 적어 두지 않으면 몇 년 뒤 삭제 요청을 받았을 때 남겨 둘 근거도 내릴 기준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