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먼저 이 숫자가 왜 필요한지부터 인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단열공사는 시공이 끝나도 손님 눈에 보이는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벽체 안이나 천장 위로 들어가 버리고 마감을 덮으면 무엇을 어느 두께로 넣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난방비 40퍼센트 절감' 같은 문구가 이 업종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눈에 보이는 성과 표시로 쓰입니다. 경쟁업체가 걸고 있으면 안 거는 쪽이 불리해 보이는 구조이기도 해서, 수치 광고 유인이 업종 자체에서 나온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문제는 절감률이 자재의 성능값이 아니라 비교 결과값이라는 점입니다. 같은 시공을 해도 기준이 되는 시공 전 상태가 어땠는지, 단독주택인지 상가인지, 창호와 환기 조건이 어떤지, 난방 방식과 실내 설정 온도가 어떤지, 그 해 겨울이 추웠는지에 따라 결과가 몇 배로 갈립니다. 자재 시험성적서에 적힌 열전도율은 그 자재 하나의 값이고, 건물 한 채의 연간 난방비 절감률은 전혀 다른 층위의 값입니다. 그래서 시험성적서를 들고 계셔도 '이 자재를 쓰면 몇 퍼센트'라는 문장은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걸리는 지점은 분명합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5조는 사업자가 자기가 한 표시·광고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하여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증자료 제출을 요청한 경우 요청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숫자를 먼저 걸고 근거는 나중에 찾는 순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같은 법 제3조 제1항은 거짓·과장, 기만, 부당한 비교, 비방의 네 가지를 부당한 표시·광고로 금지합니다. 절감률이 어느 현장에서 실제로 나온 값이어도 그 값이 나온 조건을 적지 않으면 모든 현장에서 그만큼 준다는 뜻으로 읽히고, 이는 사실을 축소해 오인을 일으키는 기만적 표시·광고 쪽에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건 없는 절감률 단독 표기는 권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례 단위로 적으십시오. 어떤 유형의 건물이었고 시공 전 상태가 어땠는지, 무엇을 어느 두께로 시공했는지, 비교한 기간이 언제와 언제인지, 무엇을 근거로 비교했는지, 실내 설정 온도 같은 전제가 무엇이었는지를 함께 적고 그 현장에서 나온 수치임을 명시하는 방식입니다. 근거는 도시가스 검침 내역이나 전기 사용량 고지서처럼 제3자가 발행한 자료로 남기시고, 현장별로 시공 내역·사진·고지서 사본을 한 묶음으로 보관하십시오. 그 묶음이 그대로 실증자료가 됩니다. 사례가 여러 건 쌓이면 '최대 몇 퍼센트'가 아니라 '사례 12건 기준 15~35퍼센트'처럼 표본 수와 범위를 함께 적는 편이 실증 부담도 낮고 문의 품질도 좋아집니다. 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이 있습니다. 자재 제조사가 만든 홍보물의 수치를 그대로 옮겨 쓰는 경우가 많은데, 광고를 내건 주체가 우리 업체라면 실증 책임도 우리에게 옵니다. 제조사 자료를 인용하실 때는 출처와 시험 조건을 함께 적고, 그 조건이 우리 시공 현장과 다르면 그 차이를 밝혀 두십시오. 그리고 상세페이지와 전단, 명함, 차량 랩핑, 블로그에 적힌 수치가 서로 다르면 그 불일치 자체가 근거 없는 수치라는 정황이 됩니다. 쓰는 문구는 한 벌로 정리해 모든 매체에 같은 값을 쓰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그대로 말씀드립니다.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이나 에너지절약계획서 같은 제도가 단열 시공 광고의 수치 표기에 별도 요건을 걸고 있는지, 그리고 실증자료를 기한 내에 내지 못했을 때와 부당한 표시·광고로 판단됐을 때의 과징금·시정조치 수준이 어떤 조문에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는 이번에 법령 원문으로 대조하지 못했습니다. 조문 번호와 금액을 임의로 적지 않겠습니다. 표시·광고 쪽은 공정거래위원회 안내와 한국소비자원 상담 창구로, 건축물 에너지 제도는 국토교통부와 한국에너지공단 안내로 각각 확인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