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고객의 서면 동의가 없다면 올리지 않으셔야 합니다. 이 업종에서 가장 자주 터지고, 터졌을 때 배상액이 가장 커지는 사고가 바로 이것입니다. 왜 그런지부터 사실대로 보겠습니다. 가공 결과물 사진이 최고의 영업 자료인 것은 맞습니다. 절단면 품질과 공차, 복잡한 형상을 소화한 이력은 견적서 열 장보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물의 형상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고객이 설계한 것입니다. 우리가 제공한 것은 절단과 가공이라는 공정이고, 형상에 대한 권리는 고객에게 남아 있습니다. 법적으로 세 갈래로 걸립니다. 첫째는 영업비밀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영업비밀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을 갖춘 기술상·경영상 정보를 말하고, 제품과 설비의 도면은 대표적인 기술정보로 분류됩니다. 고객이 발주서에 대외비 표시를 하고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면 비밀관리성 요건이 갖춰진 상태입니다. 같은 법 제18조는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그 영업비밀이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한 경우에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계약입니다. 거래기본계약서나 발주서에 비밀유지 조항이 있다면 게시 자체가 채무불이행이고, 위약벌 조항이 있으면 손해 입증 없이 청구가 들어옵니다. 셋째는 저작권입니다. 저작권법은 설계도와 도표, 모형 등을 도형저작물로 보호하므로, 결과물 사진이 아니라 도면 파일이나 캡처를 올리시면 여기에도 걸립니다. 실무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고객이 아직 특허나 디자인을 출원하지 않은 신제품의 형상을 우리가 먼저 공개해 버리면 신규성이 깨져 고객이 권리를 못 받게 됩니다. 이 경우 손해는 우리 가공비와 비교가 되지 않는 규모가 되고, 거래 단절과 협력사 등록 취소가 함께 옵니다. 티 나지 않게 올리는 요령은 다루지 않겠습니다. 로고만 지우거나 각도를 틀어 찍는 방식은 형상이 특정되면 결과가 같고, 그렇게 가공한 정황 자체가 고의를 다투는 자료가 됩니다. 그러면 무엇을 하시면 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동의를 문서로 받으십시오. 가장 실무적인 방법은 사후에 따로 연락하는 것이 아니라 견적서와 발주서에 동의 항목을 미리 넣어 두는 것입니다. 넣으실 내용은 네 가지입니다. 사진만 사용하고 도면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범위, 게시할 매체(홈페이지·블로그·전시회 부스), 고객사명을 노출할지 익명으로 할지, 그리고 고객이 언제든 철회를 요청하면 며칠 안에 내린다는 조항입니다. 동의는 건별로 받으시고 기록을 남기십시오. 둘째, 동의를 못 받는 건은 자사 샘플로 대체하십시오. 직접 만든 테스트 피스, 재질과 두께별 절단면 확대 사진, 두께별 절단 한계표, 공차 실측 데이터, 열영향부 비교 사진 같은 것들입니다. 고객 도면 없이도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고, 오히려 엔지니어 고객에게는 이런 자료가 더 잘 먹힙니다. 셋째, 꼭 사례를 보여드려야 한다면 형상이 아니라 조건으로 바꾸어 적으십시오. '스테인리스 t3.0 레이저 절단, 실측 공차 ±0.1mm, 300개 납기 3일'처럼 재질·두께·공차·수량·납기만 적으면 어느 고객의 무슨 제품인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동의를 요청하실 때 거절당하실까 걱정하시는 분이 많은데, 요청 방식에 따라 결과가 꽤 달라집니다. '사진 좀 써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담당자는 책임 문제 때문에 거절하는 쪽이 편합니다. 반대로 '이 각도로 찍은 이 사진 한 장을, 회사명은 빼고, 홈페이지 가공사례에만 올리겠습니다'라고 범위를 좁혀 실물 이미지를 함께 보내시면 승인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승인 권한이 담당 엔지니어에게 없을 수도 있으니 구매나 법무로 넘겨 달라는 말도 함께 적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미 올려 두신 것을 한 번 점검하십시오. 도면 파일, 파일명에 남은 고객사명이나 품번, 사진 배경에 찍힌 라벨과 작업지시서, 납품 박스의 수취인 표기가 흔히 빠뜨리는 지점입니다. 계약서의 비밀유지 조항 범위가 애매하시면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영업비밀보호센터 상담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