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계약서를 먼저 보셔야 합니다. 업계에서 로고를 죽 늘어놓는 방식이 워낙 흔해서 관행처럼 굳어졌지만, 그 관행과 계약 문구는 별개이고 분쟁이 나면 계약 문구만 남습니다. 순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확인하실 조항은 세 군데입니다. 첫째는 비밀유지 조항의 범위입니다. 시스템 구축이나 컨설팅 계약에는 계약의 내용뿐 아니라 계약의 존재 자체와 당사자의 명칭까지 비밀로 한다는 문구가 자주 들어갑니다. 이 문구가 있으면 사업 내용을 빼고 이름만 걸어도 위반입니다. 둘째는 홍보 조항입니다. 상대방의 상호와 상표를 홍보 목적으로 쓰려면 사전 서면동의를 받으라는 조항이 따로 있는 계약이 많습니다. 셋째는 존속기간입니다. 비밀유지의무는 계약 종료 뒤에도 몇 년간 살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프로젝트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는 풀리지 않습니다. 어길 경우의 무게도 구체적으로 보겠습니다. 우선 계약 위반이므로 손해배상과 위약벌, 계약 해지가 걸립니다. 여기에 더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 겹칠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2조는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정보로 정의하고, 계약관계 등에 따라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침해행위로 봅니다. 고의가 인정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실제 수행하지 않은 사업을 레퍼런스로 걸면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의 거짓 표시·광고가 되고 제17조의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 벌금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고객사 로고를 그대로 쓰는 행위에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된 국내 판례는 이번에 확정하지 못했으니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제휴나 인증 관계로 오인시킬 소지가 있는 표기는 피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하실 일은 동의를 문서로 받으시는 것입니다. 한 장짜리 레퍼런스 사용 동의서를 만들어 두시고, 표기할 정확한 문안, 로고 사용 여부와 파일 규격, 게시할 매체 범위, 사용 기간, 철회 절차와 철회 시 내리는 기한을 적어 상대 담당자와 계약 담당 부서의 서명을 함께 받으십시오. 구두 승낙이나 담당자 메신저 답변만으로는 인사이동 뒤에 근거가 남지 않습니다. 동의를 받기 어려우면 익명 표기로 가시면 됩니다. 업종과 규모, 과업 범위, 기간, 성과 지표만 남기는 방식입니다.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임직원 3천명 규모 제조기업처럼 쓰시고 그 아래에 무엇을 몇 개월간 해서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적으면 설득력은 오히려 더 큽니다. 다만 조건을 좁게 적어 결국 한 회사로 특정되면 무단 공개와 같은 문제가 되니, 같은 조건에 해당하는 회사가 여럿인 수준까지 넓혀 두십시오. 공공사업은 사정이 다릅니다. 발주와 계약 정보가 조달청 나라장터와 발주기관 누리집에 이미 공개돼 있으면 그 공개된 범위 안에서 인용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그래도 계약서에 별도 홍보 조항이 있는지는 같은 방식으로 확인하십시오. 입찰 실적 증명이 목적이라면 홈페이지 노출이 아니라 정식 경로를 쓰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소프트웨어사업 수행실적은 소프트웨어진흥법 제58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17조를 근거로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관리하고, 소프트웨어산업정보종합관리시스템에서 실적 신고와 소프트웨어사업 수행실적증명서 발급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 증명서는 발주처가 요구하는 형식이라 고객사 로고를 걸지 않고도 실적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다루지 않겠습니다. 동의 없이 고객사명을 올리고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이나 적발을 피하는 표기 방법은 여기서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런 건은 대개 고객사 법무팀의 내용증명으로 시작해 거래 중단으로 이어지는데, 잃는 쪽이 훨씬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