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고객의 서면 동의가 없다면 올리지 않으시는 쪽입니다. 인쇄·출력업에서 이 사고가 유독 크게 번지는 이유부터 사실대로 보겠습니다. 인쇄소에서 실물 사진은 자랑이 아니라 견적을 만드는 자료입니다. 별색 재현과 박·형압의 눌림 깊이, 귀도리와 제본 단면, 대수 접지의 정밀도는 실제로 찍힌 인쇄물 위에서만 보입니다. 그래서 납품 직전에 찍어 둔 사진이 홈페이지와 블로그로 올라가고, 대부분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갑니다. 문제가 생기는 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제품 패키지, 발표 전 행사 포스터, 내부 배포용 자료가 섞여 올라갔을 때입니다. 권리부터 정리하겠습니다. 시안의 저작권은 그 디자인을 만든 디자이너나 계약으로 권리를 넘겨받은 발주처에 있고, 인쇄소는 데이터를 판이나 장비로 옮겨 찍는 공정을 맡았을 뿐이라 저작권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게시하는 순간 남의 저작물을 복제해 공중에 송신한 것이 됩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은 복제 등의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제140조는 원칙적으로 고소가 필요하되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인 경우에는 고소 없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합니다. 더 무거운 쪽은 영업비밀입니다. 발표 전 패키지 디자인이나 가격표, 사업계획서, 내부 매뉴얼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에 해당할 수 있고, 같은 법 제18조 제2항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합니다. 외국에서 사용될 것을 알면서 한 경우를 정한 제1항은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발주서에 비밀유지 조항이 없더라도 인쇄 도급의 성질상 입고 원고를 목적 외로 쓰지 않을 의무가 다투어지니, 조항이 없다는 사실이 방패가 되지는 않습니다. 개인정보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청첩장과 명함, 상장, 주소 라벨, 우편 발송용 출력물에는 성명과 연락처, 주소가 그대로 들어갑니다. 이 경우 인쇄소는 개인정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수탁자이고, 위탁받은 목적은 인쇄이지 홍보가 아닙니다. 실물 사진을 그대로 올리시면 목적 외 이용이 됩니다. 그래서 권해드리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첫째 주문서와 계약서에 포트폴리오 게재 동의 항목을 넣으십시오. 게재 범위와 기간, 상호 노출 여부, 공개 가능 시점을 고르게 하고 거부도 체크할 수 있게 만드시면 매 건 따로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둘째 이미 납품한 건은 담당자에게 메일로 동의를 받아 회신을 보관하십시오. 셋째 동의를 못 받은 건은 후가공과 용지 중심으로 대체하십시오. 박과 형압의 접사, 별색 칩과 인쇄물 대조, 같은 데이터를 용지 세 종류에 출력한 비교, 제본 단면 촬영은 시안을 드러내지 않고도 역량을 보여줍니다. 직접 만드신 샘플북과 자사 브랜딩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운영 규칙도 하나 만들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사고는 대개 대표가 결정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납품 직전에 찍어 바로 올리는 과정에서 납니다. 촬영과 게시를 승인하는 사람을 한 명으로 정하시고 동의가 확인된 건만 게시 폴더로 넘어가게 하시면 실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이미 올라가 있는 게시물이 있다면 지금 목록을 뽑아 동의가 확인된 건과 아닌 건으로 나눠 두십시오. 확인이 안 되는 건은 먼저 내리시고 나중에 동의를 받아 다시 올리시면 됩니다. 항의를 받은 뒤에 내리는 것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은 분쟁에서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납품 사실 자체를 말씀하시는 것과 결과물을 보여드리는 것도 구분하셔야 합니다. 어느 회사의 어떤 물량을 맡았다는 문장 역시 거래 관계를 드러내는 정보라, 고객사가 공개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업종과 수량, 사양만 남기고 상호를 빼는 방식은 동의 없이도 쓸 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마저도 업계에서 바로 특정되는 규모라면 미리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호와 로고만 지우고 올리는 방법은 다루지 않겠습니다. 시안 자체가 식별되면 가린 의미가 없고, 지웠다는 사정은 오히려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자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인쇄업 수주물 게재로 다투어진 공개 판결례는 이번 확인 범위에서 특정하지 못했으니, 개별 사안의 판단이 필요하시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상담과 특허청 영업비밀보호센터의 안내를 이용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