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먼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금속공방에서 쓰는 은 소재는 대부분 925 스털링실버입니다. 은 92.5퍼센트에 구리 등을 섞어 굳기를 올린 합금이고, 반지나 팔찌처럼 계속 마모되는 물건에는 이 소재가 사실상 표준입니다. 순도 99.9퍼센트인 999 순은은 모스 굳기가 낮아 일상 착용 제품에는 잘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 판매 문구에는 순은이라는 말이 습관처럼 붙습니다. 실제로 은이 맞으니 속인다는 감각이 없고, 손님도 은제품이라는 뜻으로 읽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위험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순이라는 글자는 재질 이름이 아니라 순도에 관한 주장입니다. 귀금속 합금의 순도는 KS D ISO 9202 보석류 귀금속 합금의 순도에서 등급으로 다루고, 925는 92.5퍼센트이지 99.9퍼센트가 아닙니다. 그래서 925 제품에 순은이라고 적으시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이 금지하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같은 법 제5조는 사실과 관련한 광고 내용을 사업자가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요청하면 요청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자료를 내도록 합니다. 순은이라고 적어 두셨다면 그때 내야 하는 것은 99.9퍼센트 소재를 매입했다는 증빙입니다. 제재는 제9조의 매출액 100분의 2 이내 과징금과 제17조의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 벌금입니다. 이 업종에는 층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금속 장신구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상 공급자적합성확인 대상 생활용품이어서, 최소 단위 포장이나 꼬리표에 사용연령과 제조연월, 제조자명, 제조국명 같은 표시사항을 적어야 합니다. 유해물질 기준도 걸립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오픈마켓 귀걸이·목걸이 30개를 시험한 결과 피부에 닿는 금속 부위의 니켈 용출량 기준인 주당 제곱센티미터당 0.5마이크로그램 이하를 넘긴 제품이 6개, 납 함량 기준인 0.06퍼센트 미만을 넘긴 제품이 3개 나왔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은침을 썼다고 적어 두었는데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제품이 있었고, 조사 대상 전 제품이 표시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순도 표기와 표시사항은 따로 노는 문제가 아니라 같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지적받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순은이라는 표기는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적으십시오. 첫째 925 소재라면 순은 대신 실버 925 그리고 괄호 안에 은 함량 92.5퍼센트라고 숫자로 적습니다. 둘째 실제로 999 소재를 쓰신다면 순은 999라고 함량을 붙여 적고, 지금이라도 소재 매입 명세서를 남겨 두십시오. 셋째 도금 제품은 은도금 또는 실버 도금이라고 따로 적고 바탕 금속을 함께 밝힙니다. 넷째 제품에 찍는 각인과 상세페이지 표기가 같은 숫자를 가리키게 맞추십시오. 각인은 925인데 본문은 순은이라고 적혀 있으면 그 불일치 자체가 근거가 됩니다. 온라인으로 파신다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의 귀금속 항목에 소재와 함량, 중량, 제조국을 채워 두시고 그 값을 광고 문구와 같게 맞추시기 바랍니다. 이미 순은이라고 적어 두신 지면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고칠 순서는 노출량이 많은 곳부터가 아니라 결제로 이어지는 곳부터입니다. 상품명과 상세페이지 첫 화면, 옵션명, 그리고 고시 항목 칸을 먼저 맞추시고 그다음에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게시글을 정리하십시오. 표기를 바꾸실 때 순은에서 실버 925로 내려간다고 판매가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92.5퍼센트라는 숫자와 각인이 함께 보이면 오히려 소재를 아는 판매자로 읽히고, 순도를 묻는 문의 자체가 줄어듭니다. 손으로 만드는 공방에서는 이 신뢰가 가격보다 크게 작동합니다. 한 가지는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귀금속 제품의 순도 표시를 강제하는 별도의 고시가 현재 시행 중인지는 이번에 확인하지 못했으니, 국가기술표준원 이나라 표준인증에서 귀금속 관련 표준을 조회하시고 관할 지자체 유통 담당 부서에 함께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