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최초라는 표현은 금지어가 아닙니다. 다만 이 낱말은 다른 어떤 카피보다 증명 부담이 큽니다. 우리가 잘한다는 주장은 우리 자료만 있으면 되지만, 우리가 처음이라는 주장은 우리 앞에 아무도 없었다는 뜻이라 남들까지 확인해야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준비하실 것을 순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먼저 어느 조문 위에 놓이는지 짚겠습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거짓·과장, 기만,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비방을 금지하고, 같은 법 시행령은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를 비교 대상 및 기준을 분명하게 밝히지 아니하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를 다른 사업자보다 우량하거나 유리하다고 표시·광고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대·최고·최초·제일·유일 같은 배타적 표현을 소비자를 오인시킬 우려가 있으면 금지하되, 그 표현이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명백히 입증되고 경쟁사업자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쓸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준비의 핵심은 명백한 입증과 범위의 한정 두 가지입니다. 첫째, 범위를 좁히십시오. 실무에서 순위나 최초를 주장할 때 근거가 성립하려면 조사 주체, 조사 기간, 모집단, 비교 대상 네 가지가 문구와 함께 표기돼야 한다고 봅니다. 최초에 옮기면 무엇이 최초인지, 어디에서 최초인지, 언제 기준인지, 무엇과 견주어 최초인지가 됩니다. 업계 최초라는 두 마디만 남기면 이 네 가지가 전부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국내 최초라면 그 국내가 대한민국 전체 시장인지, 특정 인허가를 받은 사업자 안에서인지 적으셔야 하고, 업계 최초라면 그 업계의 경계를 문장 안에서 정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제품 전체가 아니라 특정 기능이나 공정이 처음이라면 그 부분만 떼어 적으시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둘째, 증빙을 만드십시오. 최초는 우리 자료만으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우리 쪽 자료로는 출시일과 계약일, 공고일 같은 시점 자료, 특허 출원일과 등록일, 인허가나 신고 수리일, 시험성적서 발급일이 있고, 남들 쪽 자료로는 그 시점 이전에 같은 것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조사가 필요합니다. 특허 검색 결과, 소관 부처의 허가 목록, 협회 발간 자료, 그 시점의 언론 보도 검색 결과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조사한 날짜와 검색어를 함께 남겨 두시면 나중에 같은 조사를 재현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제출 준비입니다. 같은 법 제5조는 사업자가 사실과 관련한 광고 내용을 실증할 수 있어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요청하면 요청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자료를 내도록 정합니다. 실증 운영고시가 2026년 9월 3일 개정·시행되면서 연장 기한이 30일에서 15일로 줄었고, 자료 미제출과 광고 중지명령 불이행은 각각 1억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재 이름과 주장 문구, 근거 자료명, 자료 발행일, 보관 위치를 한 줄씩 적은 대응표를 만들어 두시면 그 기한 안에 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갈라 두실 것이 있습니다. 최초는 시간이 지나면 사실이 바뀌는 주장이 아니라 오히려 굳어지는 주장이지만, 그 사이에 다른 사업자가 같은 시점의 자료를 들고 나오면 그때 다투게 됩니다. 그래서 조사 시점의 검색 결과를 화면째 저장해 두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중에 같은 검색어를 넣으면 결과가 달라져 있어서, 그때 조사했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어떻게 걸리는지도 보여 드리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4월 웨딩플래너 업체 세 곳이 국내 최대, 최다 제휴업체 보유, 1위 업체 같은 문구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쓴 행위에 대해 심사관 전결 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조사 뒤 문제 표현을 자진해 지우고 고친 점이 고려된 결과입니다. 반대로 제3조 위반이 인정되면 제9조의 과징금은 매출액의 100분의 2를 넘지 않는 범위이고 제17조의 벌칙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정리하면 업계 최초 네 글자를 그대로 두지 마시고, 무엇이 어디에서 언제 기준으로 처음인지를 한 줄로 늘려 적으신 다음 그 한 줄을 그대로 증명하는 서류를 모아 두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