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평생 무상 AS라는 문구가 왜 잘 먹히는지부터 인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한 번 사면 오래 쓰는 물건이나 시공은 구매 시점에 고장과 하자에 대한 불안이 같이 붙어 옵니다. 평생이라는 말은 그 불안을 한 번에 지워 주기 때문에 견적이 조금 비싸도 계약이 넘어옵니다. 그래서 이 문구를 거시는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다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간과 범위를 열어 둔 평생 무상 AS는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이유를 순서대로 적겠습니다. 첫째, 평생이 누구의 평생인지 광고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구매자가 살아 있는 동안인지, 제품의 설계 수명 동안인지, 사업체가 영업하는 동안인지 세 가지로 갈리는데 광고에 안 적으면 소비자는 가장 넓은 쪽으로 읽습니다. 이 간극이 그대로 분쟁이 됩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은 거짓·과장의 표시·광고와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시행령 제3조 제2항은 기만을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로 정의합니다. 범위를 좁게 운영하면서 문구는 넓게 걸어 두면 여기에 닿습니다. 둘째, 사장님이 적은 기간이 그대로 구속력을 갖습니다. 소비자기본법 제16조 제2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3항에 근거한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품질보증기간과 부품보유기간을 사업자가 품질보증서에 표시한 기간으로 하되, 사업자가 정한 기간이 품목별 기준보다 짧으면 고시 기준을 따르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즉 고시는 하한만 정하고 사업자가 더 길게 약속한 것은 그대로 인정됩니다. 평생이라고 적으면 그 하한이 아니라 사장님이 적은 쪽이 기준이 됩니다. 셋째, 물리적으로 이행이 끊기는 지점이 있습니다. 부품 단종, 제조사 폐업, 사장님의 폐업이나 사업 양도입니다. 부품이 없으면 무상 수리는 성립하지 않고, 폐업하면 약속을 승계할 주체가 없어집니다. 광고 문구에 이 경우를 적어 두지 않으면 소비자는 승계된다고 이해합니다. 그리고 같은 법 제5조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요청하면 요청받은 날부터 15일 안에 실증자료를 내야 하는데, 평생 무상이라는 주장의 실증자료는 사실상 지금까지의 무상 처리 이력밖에 없습니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터지는 지점을 하나 더 적어 두겠습니다. 평생 무상이라고 걸어 두고 약관에는 연 1회 유상 정기점검을 받아야 보증이 유지된다는 조건을 넣어 두는 경우입니다. 조건 자체는 합리적이고 업계에서 흔하지만, 광고에 그 조건이 없으면 소비자는 아무 단서 없는 평생 무상으로 이해합니다. 앞에서 본 기만적 표시·광고가 정확히 이 형태입니다. 무상의 반대말이 유상이 아니라 조건부라는 점을 광고 문구 안에서 드러내셔야 합니다. 사업을 넘기실 계획이 있으시면 더 조심하셔야 합니다. 인수인이 보증을 승계하지 않으면 약속은 사라지는데 고객이 들고 있는 것은 평생이라고 적힌 광고 캡처입니다. 소비자원 상담이나 소액 소송으로 넘어갔을 때 사장님이 내놓을 수 있는 자료가 광고 캡처뿐이면 다툼은 정리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바꾸시기를 권합니다. 첫째, 기간을 숫자로 적으십시오. 10년 무상 보증은 평생만큼 강하면서 지킬 수 있는 약속입니다. 둘째, 무상의 범위를 공임·부품비·출장비로 나눠 무엇이 무상이고 무엇이 유상인지 한 줄로 적으십시오. 셋째, 제외 사유를 적으십시오. 사용자 과실, 임의 개조, 소모품 교체, 부품 단종 시 대체 처리 방식입니다. 넷째, 사업 양도나 폐업 시 보증을 어떻게 처리할지 계약서에 넣으십시오. 다섯째, 무상 처리 건수와 평균 처리 일수를 기록해 두십시오. 평생이라는 한 단어보다 지난 5년간 무상 처리 몇 건, 평균 며칠이라는 숫자가 실제 계약률에서 더 잘 버팁니다. 여섯째, 이미 평생 무상 AS로 광고해 계약하신 고객이 계신다면 문구를 조용히 내리는 것으로 끝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고객에게는 이미 한 약속이 남아 있으므로, 기존 계약분은 어디까지 이행하겠다는 기준을 따로 정해 안내하시는 편이 뒤에 올 분쟁을 훨씬 줄여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