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지키라고 요구하는 순간부터는 안 됩니다. 다만 알려 드리는 것까지는 됩니다. 이 사안은 되고 안 되고가 아니라 권장과 강제 사이 어디에 서 있느냐로 갈리기 때문에, 그 경계를 먼저 정확히 잡고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법이 무엇을 금지하는지 보겠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0호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사업자가 상품이나 용역을 거래할 때 거래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그 다음 거래단계별 사업자에게 거래가격을 정해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거나, 그 가격대로 판매하도록 그 밖의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로 정의합니다. 제46조는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못 박고, 단서로 두 가지 예외만 둡니다. 제1호는 효율성 증대로 인한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으로 인한 폐해보다 큰 경우 등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이고, 제2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는 출판된 저작물인 경우입니다. 이 조문은 2020년 12월 29일 전부개정된 법률 제17799호로 2021년 12월 30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범위도 넓습니다. 최저가격만이 아니라 최고가격과 지정가격, 나아가 가격의 범위나 이윤율, 마진율을 정하는 것까지 포함되고, 직접 거래하는 대리점뿐 아니라 그 다음 단계 유통업자에 대해서도 금지됩니다. 그럼 어디까지가 허용되는지가 실무의 핵심입니다. 가격표를 건네거나 권장소비자가격, 희망판매가격을 표시하는 것 자체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아닙니다. 참고가격이나 희망가격으로 제시되는 정도에 그치면 위법으로 보지 않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그 지시나 통지에 따르도록 만드는 실효성 확보 수단이 붙어 있느냐입니다. 가격을 지키지 않으면 공급을 줄이겠다, 인기 품목을 빼겠다, 리베이트를 깎겠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신호가 붙는 순간 그것은 권장이 아니라 강제로 평가됩니다. 여기서 조심하실 것은 계약서 문구만 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계약서에 없어도 영업 담당자가 메신저로 보낸 한 줄, 가격 준수 여부를 점검한 표, 미준수 대리점에 배정을 줄인 이력이 모두 실효성 확보 수단의 증거가 됩니다. 제재 수위는 가볍지 않습니다. 시정조치로 행위중지, 재발방지조치, 보복조치 금지, 계약조항 삭제, 시정명령 사실 공표가 내려지고,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100분의 4 이하이며 관련 매출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하면 10억원 이하입니다. 실제 사례를 보시면 규모를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5월 14일 불스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0억 7,1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대리점이 자신이 정한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지 못하게 하고, 대리점 전용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면서 특정 거래처에 판매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며, 대리점의 거래처와 판매량, 판매금액, 손익자료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한 행위였습니다. 타이어 제조사가 대리점에 온라인·오프라인 최저 판매가격 준수를 강제한 사건에서는 48억원대 과징금이, 디지털 피아노 제조사가 대리점의 온라인 최저가를 지정해 할인 경쟁을 막은 사건에서는 1억 6,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 것으로 공정위가 소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최저가 관리라는 이름으로 하던 실무가 그대로 제재 대상이 된 사례들입니다. 그래서 가격 질서를 지키고 싶으시면 방법을 바꾸셔야 합니다. 첫째, 권장소비자가격은 참고가격으로만 제시하고 준수 여부에 어떤 불이익도 연결하지 마십시오. 준수율을 집계하는 표를 만드는 것부터가 위험 신호입니다. 둘째, 최저가 경쟁의 원인을 가격 통제가 아니라 공급 구조에서 찾으십시오. 특정 채널에만 물량이 몰려 밀어내기가 생기고 있다면 그 배분과 공급가 체계를 손보는 것이 근본 해법입니다. 셋째, 채널별로 구성품이나 수량, 사은품이 다른 별도 상품을 만들어 단순 가격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같은 상품이 아니면 최저가 비교에 묶이지 않습니다. 넷째, 브랜드 이미지가 이유라면 가격이 아닌 비가격 기준으로 관리하십시오. 상세페이지 이미지 규격, 브랜드 자산 사용 규정, 판매 방식과 고객 응대 기준은 가격과 무관하므로 계약서에 넣으셔도 됩니다. 다섯째, 지금 계약서와 거래 관행에 가격 준수를 전제로 한 공급 중단이나 물량 축소, 리베이트 삭감 조항이 있는지 먼저 점검해 삭제하십시오. 이미 들어가 있는 문구가 가장 흔한 적발 경로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판단을 하나 덧붙이겠습니다.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예외가 된다는 단서 때문에 우리 사정은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예외는 효율성 증대로 인한 소비자후생 증대효과가 경쟁제한의 폐해보다 크다는 것을 사업자 쪽에서 설명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브랜드 가치 훼손이나 대리점 수익 보호 같은 이유만으로는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사안이 이 예외에 해당하는지 다퉈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시면,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담당 부서나 공정거래조정원의 상담 창구에 실제 계약서와 거래 이력을 들고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계약서를 고치기 전에 확인하시는 편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