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퇴사했다고 해서 그 사진이 자동으로 못 쓰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그대로 두다가 분쟁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갈리는 지점은 퇴사 여부가 아니라 촬영 당시 받은 동의의 범위이기 때문에, 먼저 동의서부터 꺼내 보셔야 합니다. 권리 구조를 정리하겠습니다. 초상권은 저작권처럼 별도의 법률에 이름이 붙어 있는 권리가 아니라,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에서 도출되는 인격권입니다. 대법원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이나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고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보고, 이 초상권이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된다고 판시해 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촬영에 동의한 것과 공표·광고 이용에 동의한 것이 별개라는 점입니다. 대법원 2013. 2. 14. 선고 2010다103185 판결은 사진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동의 당시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 공표하려면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직원이 회사 촬영에 응했다는 사실만으로 기간 제한 없는 광고 사용까지 허락한 것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의서의 세 칸을 보셔야 합니다. 첫째 사용 매체입니다. 사내 게시나 회사 소개 자료로만 적혀 있으면 옥외 현수막이나 유료 광고 소재는 그 범위 밖입니다. 둘째 사용 기간입니다. 기간이 비어 있으면 무제한 허락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계약 내용과 거래 관행을 종합해 합리적인 범위를 정하게 되어 다툼의 여지가 커집니다. 셋째 사용 목적입니다. 재직 중인 직원 소개라는 맥락으로 찍은 사진은 그 전제가 사라진 뒤에도 같은 자리에 쓰는 것을 당사자가 예상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세 칸 중 하나라도 비어 있고 퇴사자가 내려달라고 말했다면, 버티는 쪽이 불리합니다.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회사 홍보물에 직원 이미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포괄 조항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 한 줄만으로 충분한 동의가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근로관계에서는 거절하기 어려운 지위가 전제되어 있어 포괄적이고 묵시적인 동의의 효력이 약하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고, 퇴사로 근로관계가 끝나면 그 조항 자체가 근거로 남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별도 촬영 동의서에 매체와 기간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고 그에 대한 대가가 지급된 경우라면, 적어도 그 기간 안에서는 계속 쓸 여지가 있습니다. 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얼굴이 식별되는 사진은 개인정보이기도 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7조 제1항은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자신의 개인정보 처리의 정지를 요구하거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동의를 철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고, 이 동의 철회권은 2023년 3월 14일 개정으로 조문에 명시되었습니다. 요구를 받으면 지체 없이 처리를 정지해야 하고, 정지된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파기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즉 퇴사자가 정식으로 요구하는 순간에는 초상권 다툼을 따지기 전에 개인정보 처리 정지 의무가 먼저 발생한다고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같은 조에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처리 정지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있기는 하지만, 홍보물을 계속 쓰고 싶다는 사정은 거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거절하는 경우에도 그 사유를 알려야 합니다. 조치는 이 순서로 하십시오. 첫째, 남아 있는 곳을 전수로 적습니다. 홈페이지와 상세페이지, 블로그와 SNS, 집행 중인 광고 소재, 현수막과 전단, 명함과 구인 공고, 그리고 대행사와 스튜디오가 보관 중인 원본까지 포함합니다. 둘째, 동의서 원본에서 매체·기간·목적을 확인합니다. 셋째, 근거가 약하면 교체 일정을 먼저 잡고 퇴사자에게 그 일정을 알립니다. 넷째, 자사 채널만 고치면 끝난 것이 아닙니다. 플레이스 사진, 지도 서비스 업체 정보, 배달 앱 매장 사진, 포털 캐시에 남은 사본까지 확인해야 실제로 내려갑니다. 다섯째, 이미 찍어 둔 인쇄물 재고는 폐기할지 소진할지 합의하고 그 내용을 문서로 남기십시오. 여섯째, 교체를 끝낸 뒤에는 어느 채널에서 언제 내렸는지를 화면 기록과 함께 남겨 두십시오. 나중에 노출 기간이 쟁점이 될 때 이 기록이 우리 쪽 자료가 됩니다. 앞으로는 촬영 동의서에 다섯 항목을 넣어 두시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습니다. 사용 매체 목록, 사용 기간과 퇴사 후 사용 여부, 사용 목적, 보정이나 합성 같은 2차 가공 허용 범위, 철회를 요청할 창구와 처리 기한입니다. 특히 퇴사 후 몇 개월까지는 기존 인쇄물 소진을 허용한다는 식의 유예 조항이 있으면 현실적인 분쟁이 거의 사라집니다. 한 가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퇴사자 사진 무단 사용에 붙는 손해배상 액수의 일반적인 기준은 사건마다 편차가 커서 이번 확인 범위에서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지어내지 않고 남기니, 구체적인 사안 판단은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상담센터(1800-5455)나 대한법률구조공단(132)에, 개인정보 처리 정지·파기 의무 쪽은 개인정보침해 신고센터(118)에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