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직원이 나가면서 고객 연락처를 들고 가 영업에 쓰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화부터 나실 텐데, 대응은 감정보다 순서가 먼저입니다. 이 상황은 크게 세 갈래로 걸립니다. 그 직원 개인에 대한 형사·민사 책임, 그리고 정보가 새어 나간 사실 자체에 대해 사업자인 대표님이 져야 할 통지·신고 의무입니다. 하나씩 짚겠습니다. 먼저 그 직원 책임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재직 중 취급하던 고객 연락처를 퇴사 후 무단으로 써도 이 금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제71조 제5호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가져간 고객 정보가 단순 연락처를 넘어 매입가·거래조건·구매 이력처럼 별도로 관리하고 직원 접근을 제한해 온 자료였다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로도 다툴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되려면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 비밀로 관리되고 있을 것이라는 세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실제 판례에서도 접근을 제한해 관리한 고객 명단을 영업비밀로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영업비밀 침해로 인정되면 제18조에 따라 국내 사용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 해외로 유출하거나 해외 사용을 알면서 한 경우는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의 벌금까지 물을 수 있고, 제10조의 금지청구권으로 영업 자체를 멈추게 하는 가처분을, 제11조의 손해배상청구권으로 손해배상을 각각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자료를 몰래 반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정황이 뚜렷하다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배임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로도 같이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지금 당장 하실 일입니다. 고소·소송으로 가더라도 증거가 없으면 소용이 없으니 순서를 지키셔야 합니다. 먼저 퇴사 전후로 그 직원이 고객 데이터베이스나 엑셀 파일에 접속·다운로드한 기록, 개인 메일이나 외장하드로 자료를 전송한 로그, 퇴사자가 새 영업에서 고객에게 연락했다는 제보나 캡처를 최대한 모아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십시오. 시스템에 접속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지금부터라도 로그가 남는 시스템으로 옮겨 재발을 막아야 합니다. 증거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 상대방에게 개인정보·영업비밀 사용 중지, 반환·폐기, 향후 이용 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먼저 보내십시오. 상대가 응하지 않거나 이미 피해가 크다면 관할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에 고소하시고, 개인정보 침해 부분은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국번없이 118), 영업비밀 관련 상담은 한국지식재산보호원 영업비밀보호센터에 문의해 절차를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놓치기 쉬운 부분이 사업자 본인의 의무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34조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분실·도난·유출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정보주체(고객)에게 통지하고, 72시간 이내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또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하도록 정합니다. 이 조문은 유출 경로가 외부 해킹인지 내부 직원의 무단 반출인지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즉 퇴사자가 고객정보를 빼돌린 사실을 대표님이 알게 된 순간부터, 대표님도 통지·신고 의무를 지는 개인정보처리자가 됩니다. 이걸 이행하지 않으면 제75조 제2항 제18호에 따라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퇴사자를 상대로 한 법적 조치와 별개로 신고 절차를 빼먹지 않으셔야 합니다. 규모가 작다고, 아직 피해가 확인 안 됐다고 미루지 마시고 알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바로 움직이셔야 합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증거 확보, 내용증명, 고소·가처분·손해배상 검토, 그리고 대표님의 유출 통지·신고입니다. 이 네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시되, 증거 확보가 가장 먼저이고 신고 의무는 뒤로 미룰 수 없는 항목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부분 두 가지만 더 덧붙이겠습니다. 하나는 고객 통지 문구입니다. 제34조의 통지는 형식적으로 한 줄 공지하는 것이 아니라 유출된 개인정보의 항목, 유출 시점과 경위, 고객이 할 수 있는 조치, 사업자의 대응 조치와 문의처를 담아야 합니다. 정확한 경위를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도 확인된 사실부터 먼저 통지·신고하고, 이후 확인되는 대로 보완하는 방식이 실무에서 쓰입니다. 둘은 퇴사자를 압박하는 방식입니다. 고객에게 퇴사자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거래처에 퇴사자를 비방하는 연락을 돌리거나, 협박성 메시지를 반복해서 보내는 대응은 오히려 대표님 쪽이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로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권하지 않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증거와 서면으로만 압박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빠릅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퇴사 시점에 접근권한을 바로 회수하고 반출 금지 서약을 받는 절차를 아예 채용 계약 단계에서 마련해 두시는 것이 다음 사고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