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상담 신청 폼에 주민등록번호 칸을 넣어 두신 것, 아마 본인확인을 확실히 하려는 의도였을 겁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온라인 상담 신청처럼 일반적인 문의·상담 접수 목적으로는 주민등록번호를 받으시면 안 됩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주민등록번호를 다른 개인정보와 다르게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4조의2 제1항은 개인정보처리자가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는 경우를 세 가지로 못박고 있습니다. 첫째, 법률·대통령령·국회규칙 등에서 구체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요구하거나 허용한 경우입니다. 둘째, 정보주체나 제3자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상 이익을 위해 명백히 필요한 경우입니다. 셋째, 이 두 경우에 준해 불가피한 경우로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고시로 정한 경우입니다. 이 세 가지 외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따로 받았다 해도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습니다. 동의만으로는 처리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개인정보와 가장 다른 부분입니다. 대출 모집, 보험 계약, 세무 대리처럼 업권법에서 본인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업종이 아니라면, 상담 신청 폼은 대개 이 예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상담 접수는 이름과 연락처만으로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업무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받아 온 것이 있다면 그것부터 정리하셔야 합니다. 법적 근거 없이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는 애초에 처리할 수 없었던 정보이므로, 상담이 끝나 목적을 달성했거나 근거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는 즉시 지체 없이 파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제21조). 파기는 화면에서 지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복구하거나 재생할 수 없는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며, 언제 어떤 기준으로 파기했는지 기록을 남겨 두시는 것이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만약 세금계산서 발행이나 다른 법령상 보관 의무처럼 정말 남겨야 할 근거가 있는 항목이 섞여 있다면, 그 항목만 분리해 암호화 보관하고 나머지는 파기하십시오. 앞으로 상담 폼을 설계하실 때는 이렇게 바꾸시면 됩니다. 본인확인이 목적이라면 생년월일과 이름, 휴대폰 번호 조합으로 대부분의 상담 업무는 충분합니다. 결제나 계약 체결 단계처럼 더 확실한 본인확인이 필요하다면 주민등록번호 대신 PASS 같은 휴대폰 본인인증을 거쳐 CI·DI 값을 받는 방식이 지금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대안입니다. 참고로 법은 인터넷 홈페이지 회원가입 단계에 대해 별도 조항을 두어, 법령상 정당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는 사업자라도 주민등록번호 없이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함께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제24조의2 제3항). 상담 신청도 같은 취지로 설계하시면 안전합니다. 예외적으로 정말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해야 하는 근거가 있다면 분실·도난·유출·위조·변조·훼손되지 않도록 암호화 조치를 해서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근거가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는 방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상담 폼에서 주민등록번호를 받는 이유가 '나중에 대출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보험 설계 상담이라서', '세무 기장 계약으로 연결돼서'처럼 특정 업권법에 근거를 둔 것이라면, 그 업권법 조문에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구체적으로 요구하거나 허용하는 문구가 있는지 먼저 찾아보십시오. 그런 조문이 없다면 상담 단계에서는 근거가 없는 것이고, 계약이 실제로 성립되는 단계에서만 그 업권법에 따라 주민등록번호를 받는 것이 맞습니다. 애매하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privacy.kisa.or.kr, 국번없이 118)에 지금 받고 있는 폼 항목을 그대로 설명하고 근거 여부를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위반했을 때의 부담도 가볍지 않습니다. 법적 근거 없이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암호화 조치를 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회원가입 단계에서 대체 가입 수단을 제공하지 않으면 역시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될 수 있습니다(제75조 제2항 제7호·제8호·제9호). 파기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도 별도로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입니다. 여러 위반이 함께 있으면 각각 따로 계산되니, 폼 항목 하나 정리하는 일이 생각보다 큰 위험을 줄이는 일입니다. 오늘 바로 하실 수 있는 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상담 신청 폼에서 주민등록번호 입력란을 삭제하고 이름·연락처, 필요하면 생년월일로 바꾸십시오. 기존에 쌓인 주민등록번호는 목록을 뽑아 보관 근거가 있는 항목과 없는 항목을 나누고, 근거 없는 항목은 복구 불가능하게 파기한 뒤 파기 일자와 방법을 기록해 두십시오. 정말 근거가 있어 계속 보관해야 하는 항목만 암호화하십시오. 이 세 가지만 처리하셔도 지금 걱정하시는 위험은 대부분 해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