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포지셔닝 맵은 그림을 예쁘게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 우리가 어느 좌표에 설 것인지를 한 번 정하고 그 뒤의 문구를 전부 거기에 맞추는 의사결정 도구입니다. 그래서 순서대로 하셔야 합니다. 비교 대상을 모으고, 축 두 개를 고르고, 좌표를 데이터로 찍고, 빈칸의 성격을 검증하고, 목표 좌표를 정해 메시지로 내리는 다섯 단계입니다. 각 단계에서 무엇을 어디서 가져오는지 짚어 드리겠습니다. 가장 많이 어긋나는 곳이 축입니다. 가격과 품질을 두 축으로 잡으면 거의 모든 브랜드가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이어지는 대각선 위에 줄을 섭니다. 두 축이 서로 강하게 붙어 있어서 평면이 사실상 선 하나로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축은 사장님이 자랑하고 싶은 기준이 아니라 고객이 둘 중 하나를 고를 때 실제로 쓰는 판단 기준에서 뽑아야 합니다. 그 기준이 적혀 있는 자리는 세 곳입니다. 첫째는 자사와 경쟁사의 리뷰·후기 텍스트입니다. 최근 6개월치를 모아 대신에, 보다, 그래서 같은 비교 표현이 붙은 문장만 따로 추리면 반복되는 비교어가 드러납니다. 둘째는 상담·문의 기록입니다. 계약 직전에 고객이 되묻는 질문이 곧 판단 기준입니다. 셋째는 구매자 인터뷰입니다. 최근 3개월 안에 산 분 다섯에서 열 분께 저기 말고 왜 여기였는지만 물어보십시오. 이렇게 나온 후보 기준을 서너 개로 추린 다음, 서로 상관이 낮은 조합으로 맵을 두세 장 그려 보고 점들이 가장 넓게 흩어지는 조합을 채택하시면 됩니다. 몰려 있으면 그 축은 변별력이 없는 축입니다. 좌표를 찍을 때는 느낌으로 배치하지 마십시오. 축마다 0점에서 10점까지 척도를 정하고 근거 자료를 옆 칸에 적는 표를 먼저 만드십시오. 가격이나 용량, 배송일수, 보증기간처럼 숫자로 공개된 항목은 경쟁사 상세페이지와 가격표에서 그대로 옮기면 됩니다. 쉽다, 믿음직하다, 전문적이다처럼 인식에 해당하는 항목은 리뷰에서 그 축의 단어가 나온 비율을 세거나, 고객 서른 명 이상에게 5점 척도 설문을 돌려 평균을 쓰십시오. 검색 수요의 크기는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트렌드나 구글 트렌드에서 상대지수로 보실 수 있습니다. 경쟁사는 시장 상위권 몇 곳과 우리와 자주 비교되는 몇 곳을 섞어 다섯에서 여덟 곳으로 잡고, 각 점의 원 크기로 매출이나 리뷰 수 같은 규모를 함께 표시하면 판단이 훨씬 쉬워집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점도 우리 기준이 아니라 같은 자료로 찍는 것입니다. 자사 좌표만 후하게 주면 맵 전체가 무용지물이 됩니다. 다 찍고 나면 네 가지를 판단하십시오. 첫째, 점들이 몰린 구간이 어디인지 봅니다. 그 구간은 같은 말로 같은 손님을 두고 싸우는 자리라 광고비 단가가 높고 차별점이 안 먹힙니다. 둘째, 비어 있는 좌표를 찾되 비었다고 전부 기회로 보지 않습니다. 수요가 있는데 아무도 안 채운 자리인지, 수요 자체가 없어서 비어 있는 자리인지를 갈라야 합니다. 그 축의 단어가 실제 검색량이 있는지, 리뷰에서 그 요구가 언급되는지, 그 조건으로 파는 소규모 판매자가 하나라도 있는지 세 가지로 확인해 보시면 대체로 판별됩니다. 셋째, 현재 우리 좌표와 목표 좌표 사이의 거리가 곧 해야 할 일의 양입니다. 거리가 멀면 광고 문구만 바꿔서는 못 가고 제품 구성이나 서비스 운영을 바꿔야 합니다. 넷째, 그 목표 좌표를 우리가 증명할 자산이 있는지 봅니다. 자격증, 설비, 납기 기록, 재구매율처럼 뒷받침할 근거가 없으면 그 좌표는 광고 심의와 고객 신뢰 양쪽에서 무너집니다. 여기까지 왔으면 마케팅으로 내리는 일만 남습니다. 목표 좌표를 한 문장으로 옮기십시오. 누구에게, 무엇 대신, 어떤 기준에서 더 나은가를 한 문장에 넣으시면 됩니다. 그 문장에 들어간 축 단어가 그대로 상세페이지 첫 화면 문구, 검색광고 소재 제목, 키워드 목록, 리뷰 요청 문구에 반복되어야 합니다. 좌표와 카피가 따로 놀면 맵을 그린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설 검증까지 하십시오. 두 축 중 어느 쪽을 앞세운 카피가 실제로 반응이 좋은지 소재 두 벌로 나눠 2주 정도 돌려 클릭률과 전환율을 비교하시면, 고객 머릿속의 축이 우리 짐작과 같은지 숫자로 확인됩니다. 맵은 사실의 지도가 아니라 인식의 지도라서 이 확인 단계가 꼭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운영 원칙 세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축 후보가 셋 이상이면 억지로 한 장에 넣지 말고 조합별로 여러 장을 그리십시오. 경쟁 구도와 고객 기준은 바뀌니 최소 1년에 한 번, 신규 경쟁사가 들어오면 그때 다시 그리십시오. 그리고 우리 강점을 먼저 정해 놓고 그 강점이 잘 보이도록 축을 고르는 역순은 피하십시오. 그렇게 그린 맵은 항상 우리가 오른쪽 위에 있게 나오고,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한 가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인식 조사를 설문으로 할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는 최소 표본 수의 공인된 기준은 이번에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실무에서 소규모로는 서른 명 안팎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은 관행이지 기준이 아닙니다. 지어내지 않고 남기니, 정식 조사가 필요하시면 조사 전문 기관이나 한국마케팅조사협회 쪽에 표본 설계를 문의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