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호환 필터나 케이블, 케이스를 팔면서 "○○ 호환"이라고 적었다가 상표권 침해 신고를 받을까 걱정되실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브랜드 이름을 적는 것 자체가 곧바로 침해는 아닙니다. 기준은 그 이름이 '누가 만든 상품인지'를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느냐, 아니면 '어느 기기에 맞는 상품인지'를 알려 주는 것으로 읽히느냐입니다. 먼저 원칙부터 보겠습니다. 상표법 제89조는 상표권자가 지정상품에 등록상표를 쓸 권리를 독점한다고 정하고, 제2조 제1항 제11호는 상품에 표시하는 것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상품을 제공·전시하거나 광고에 표시하는 것도 상표의 사용으로 봅니다. 오픈마켓 상품명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침해가 인정되면 제230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고, 법인 업무로 한 경우 제235조에 따라 법인에 3억원 이하의 벌금이 따로 붙을 수 있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제90조 제1항 제2호는 상품의 용도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경우에는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실제 판결도 있습니다. 울산지방법원 2012노788 판결(2013년, 확정)은 옥션에서 "FOR PSP go"라고 표시한 비정품 게임기 케이블을 판 판매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표시가 출처가 아니라 상품이 적용되는 기종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 근거로 용도를 뜻하는 'FOR'를 붙였다는 점, 제품과 포장에 제조사 상호가 없었다는 점, 상세페이지에 정품이 아니라고 알렸다는 점, 정품과 가격 차이가 커 오인 가능성이 낮았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판단 요소로는 표시된 위치와 크기, 상표가 얼마나 유명한지, 판매자의 의도와 경위를 종합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같은 사건에서 1심은 벌금 50만원 유죄였습니다. 이 판결은 판단 방향을 보여 줄 뿐 이렇게만 쓰면 안전하다는 선을 그어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상품명과 상세페이지를 아래 순서로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첫째, 상품명 맨 앞에는 자기 상호나 자기 브랜드를 두고, 타사 브랜드는 뒤쪽에 "○○ 호환" "○○용"처럼 용도를 뜻하는 말과 붙여 글자로만 적습니다. 둘째, 호환되는 모델명을 구체적으로 밝힙니다. 셋째, 상세페이지에 해당 제조사의 정품이 아니고 그 회사와 관계가 없다는 문장을 넣습니다. 넷째, 타사 로고나 제조사 제품 사진, 전용 서체는 쓰지 않습니다. 다섯째, 실제로 맞춰 본 모델만 적고 그 확인 기록을 보관합니다. 호환된다는 말은 사실 주장이라 확인하지 않은 모델까지 적거나 정품·순정처럼 보이게 쓰면 표시광고법 제3조의 거짓·과장 또는 기만적 광고 문제로 넘어갑니다. 널리 알려진 브랜드라면 상표 등록 여부와 별개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의 혼동 문제도 있으며, 제18조 제4항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대상입니다. 호환 관계가 없는 상품에 인기 브랜드명을 넣어 검색 유입을 받자는 제안을 들으실 수도 있습니다. 검색어가 상품명에 들어 있으면 노출이 늘 수 있어서 유입 효과가 생길 여지는 실제로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기종·용도를 알린다는 설명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제90조나 위 판결 논리로 방어하기 어렵습니다. 소비자가 그 브랜드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어 상표법·부정경쟁방지법·표시광고법 위험이 호환 상품보다 훨씬 큽니다. 그래서 이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대신 상품의 소재·규격·용도처럼 실제 속성을 나타내는 검색어를 상품명에 넣고, 진짜 호환되는 모델이 있을 때만 위 방식으로 적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픈마켓마다 상품명에 타사 브랜드를 쓰는 것에 대한 자체 정책과 권리침해 신고 절차가 따로 있을 수 있습니다. 이 답변은 법령과 판례까지만 대조했고 각 마켓의 현행 정책 원문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입점한 마켓의 판매자 정책을 직접 확인하시고, 상표권자에게 신고를 받았다면 표기를 먼저 고친 뒤 변리사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