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쿠키리스라는 말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셨을 텐데, 먼저 전제부터 바로잡고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요즘 이 주제로 도는 이야기의 절반은 이미 사실이 아닙니다. 구글은 2025년 4월 22일 크롬에 서드파티 쿠키용 별도 프롬프트를 새로 띄우지 않기로 했고 지금의 선택권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크롬에서 서드파티 쿠키를 일괄 폐지하는 계획은 진행되지 않고, 일반 탐색 모드에서는 계속 동작하며 시크릿 모드에서만 차단됩니다. 이어서 2025년 10월 17일에는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기술 대부분을 폐기한다고 밝혔습니다. Topics, Protected Audience, Attribution Reporting API, IP Protection, Related Website Sets 등이 여기 포함되고 사유로 낮은 채택률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크롬이 곧 쿠키를 없애니 대체 기술을 기다리자'는 계획은 두 발표 모두에 어긋납니다. 기다릴 대상이 없어졌다고 보시는 게 정확합니다. 그렇다고 손 놓으셔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파리의 ITP와 파이어폭스의 ETP는 수년째 서드파티 쿠키를 기본값으로 차단해왔으므로 그 브라우저에서 들어오는 트래픽에서는 쿠키리스가 이미 현실입니다. 게다가 브라우저 정책과 무관하게 개인정보보호법과 GDPR 같은 규제 강화가 별도의 이유로 퍼스트파티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즉 대응의 근거가 '크롬의 폐지 일정'에서 '이미 진행 중인 차단과 규제'로 바뀐 것이지, 대응 자체가 없어진 게 아닙니다. 여기서 제로파티 데이터의 자리가 생깁니다. 제로파티 데이터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브랜드에 직접 제공하는 정보로, 관찰이나 추론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말해준 내용이라는 점에서 퍼스트파티와 구분됩니다. 퍼스트파티는 자사 채널에서 관찰한 행동과 거래 기록이고, 세컨드파티는 제휴사 공유, 서드파티는 사와서 쓰는 데이터입니다. 제로파티의 강점은 정확도인데 약점이 분명합니다. 응답한 사람만 남아 표본이 작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로파티만으로 광고 타겟을 짜려 하면 모수가 모자라 무너지고, 행동 데이터인 퍼스트파티와 결합해야 실제 신호가 됩니다. 이 결합을 전제하고 설계하시는 게 첫 단추입니다. 수집 접점은 설문조사, 퀴즈, 맞춤 상품 추천 인터랙션처럼 고객이 스스로 취향을 말하게 만드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대가입니다. 추천 결과나 할인처럼 즉각적인 가치를 돌려드려야 응답률이 오르고, 아무것도 주지 않고 묻는 설문은 표본이 거의 쌓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관심사 항목을 가입 폼의 필수 칸으로 밀어 넣지 마십시오. 가입 단계에 항목을 늘리면 수집량과 가입 전환이 함께 깎입니다. 가입은 최소로 받고, 관심사는 가입 이후 온보딩 설문 같은 별도 인터랙션에서 받으시는 편이 이탈이 적습니다. 동의가 그다음이자 가장 자주 사고가 나는 대목입니다. 모은 선호도 데이터를 마케팅에 쓰시려면 마케팅 활용 동의를 수집·이용 동의, 제3자 제공 동의와 별도 체크박스로 분리해 받으셔야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가 그렇게 요구합니다. 고지에는 수집 목적과 항목과 보유기간을 구체적으로 적으셔야 하고, 두루뭉술한 문구는 충분한 고지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리타겟팅처럼 광고 플랫폼으로 데이터를 넘기는 경우에는 제3자 제공에 대한 별도 명시적 동의가 필요하며 수집·이용 동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철회도 마찬가지로 별도 절차나 비용 없이 가능해야 하고, 철회한 사람에게 계속 마케팅 정보를 보내면 그 자체가 추가 위반이 됩니다. 착수 순서를 물으신다면 도구부터 사지 마시라는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1단계는 데이터 계층 분류입니다. 지금 가진 데이터를 제로·퍼스트·세컨드·서드파티로 나누고 각각 어느 화면에서 어떤 동의로 들어왔는지 근거를 정리하십시오. 이 표가 없으면 어떤 경로가 막혔을 때 무엇이 무너지는지 예측할 수 없고, CDP나 서버사이드 태깅을 먼저 도입해도 넣을 데이터의 성격이 정해져 있지 않아 값을 못 합니다. 참고로 이 영역은 브라우저 정책과 규제가 함께 움직이는 자리라 아래 판단도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에 확인하지 못한 것도 남겨두겠습니다. 첫째, 제로파티 데이터라는 용어의 법적 지위입니다. 국내 법령에는 제로파티라는 구분 자체가 없고 개인정보보호법은 수집 경로가 아니라 개인정보인지 여부와 동의 범위로 규율하므로, 제로파티라서 완화되는 요건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둘째, 가명정보 처리 특례의 정확한 조문 번호와 현재 마케팅 적용 범위입니다. 셋째, 각 매체가 자사에 쌓인 선호도 데이터를 광고 신호로 받는 연동 경로와 그때 필요한 동의 문구입니다. 이 대목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상담과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각 매체 공식 문서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크롬 폐지를 기다리는 계획은 접으시고, 이미 차단된 브라우저와 규제를 근거로 삼으십시오. 데이터 계층부터 표로 정리하시고, 설문·퀴즈·맞춤 추천처럼 대가가 있는 접점에서 제로파티를 모으시고, 마케팅 활용과 제3자 제공 동의를 처음부터 분리해 받으십시오. 그리고 모은 선호도는 반드시 행동 데이터와 붙여서 쓰셔야 실제로 쓸모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