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금지하는 삭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인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과 관련 지침은 사업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이용후기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비공개 처리하는 행위, 그리고 고용한 사람이나 후원 대상 소비자를 시켜 거짓으로 유리한 후기를 작성하게 하는 행위를 기만적인 소비자 유인행위로 명시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와 시정조치 대상이 됩니다. 이 조항은 원칙적으로 자사몰이나 스마트스토어 같은 전자상거래 채널의 '이용후기'에 적용되는 규정이지만, "불만족스러운 평가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지운다"는 행위 자체가 법이 문제 삼는 핵심이라는 점은 다른 채널(SNS, 커뮤니티)의 댓글 관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브랜드 담당자가 흔히 놓치는 부분은, "후기가 별점을 깎아먹는다", "제품 이미지에 안 좋다" 같은 이유로 부정적이지만 사실에 기반한 후기를 지우는 행위도 이 조항이 규제하는 '불리한 후기 삭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후기 내용이 다소 신랄하더라도 사실관계에 부합한다면, 그 후기를 지울 법적 근거는 원칙적으로 없습니다.

반대로 삭제 요청이 정당화되는 경우는 언제인가

삭제가 정당화되는 경우는 해당 게시물이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허위사실 유포 등 실제 권리침해에 해당할 때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된 정보로 인해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를 받은 사람이, 해당 정보를 처리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 사실을 소명하고 삭제 또는 반박내용 게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합니다. 서비스 제공자는 요청을 받으면 지체 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을 하고 신청인과 정보 게재자 모두에게 알려야 합니다.

권리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 서비스 제공자는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임시로 차단하는 '임시조치'를 할 수 있으며 그 기간은 최대 30일입니다. 즉 법이 마련해 둔 정식 절차는 "불리해서 지운다"가 아니라 "권리침해를 소명해서 지운다"는 구조로 짜여 있습니다.

두 경우를 실무에서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가장 실용적인 구분 기준은 삭제 사유를 한 문장으로 적어보는 것입니다. 그 문장이 "이 댓글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또는 "이 댓글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한다"처럼 사실관계·권리침해 문제로 귀결된다면 정당한 삭제 요청 절차(제44조의2)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그 문장이 "이 댓글이 우리 제품 이미지에 나쁘다" 또는 "이 댓글 때문에 별점이 낮아진다"처럼 브랜드 이미지·평판 문제로 귀결된다면, 이는 삭제가 아니라 다음 편에서 다룰 공개적인 소통(FAQ, 고객응대, 공개 피드백)으로 풀어야 할 사안입니다.

임시조치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가

임시조치로 접근이 차단된 게시물은 30일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다시 노출될 수 있습니다. 삭제를 영구적으로 확정하려면 당사자 간 합의, 또는 명예훼손·모욕 등에 대한 민형사 소송 등 별도의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임시조치만으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판단하고 후속 조치를 준비하지 않으면, 30일 뒤 같은 게시물이 다시 노출되며 처음부터 대응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행사가 삭제를 대행해주겠다고 제안할 때 확인할 것

바이럴 대행사나 온라인 평판 관리 업체가 "부정적인 게시물을 내려드립니다"라는 서비스를 제안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반드시 물어야 할 것은 그 삭제가 어떤 근거로 이뤄지는지입니다. 실제로 명예훼손·허위사실 소명 자료를 준비해 정식 절차(제44조의2)를 대행하는 것이라면 합법적인 서비스입니다. 반면 게시자에게 금전을 제공해 자진 삭제를 유도하거나, 플랫폼 내부 담당자와의 친분을 이용해 규정 외로 게시물을 내리는 방식이라면, 이는 절차를 우회하는 행위로 브랜드가 함께 책임 논의 대상이 될 위험이 있습니다.

계약서나 견적서에 "평판 관리", "노출 최소화" 같은 표현만 있고 구체적인 처리 절차가 빠져 있다면, 서면으로 처리 방법을 요청해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확인 절차는 4강 앞부분에서 다룬 "표현과 실행 방법을 분리해서 보는 습관"을 삭제 요청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실관계 다툼이 애매한 중간 지대는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현실에서는 완전히 허위도 아니고 완전히 정당한 비판도 아닌, 판단이 애매한 후기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배송이 3일이나 늦었다"는 후기가 실제로는 2일 지연이었다면, 이는 사실관계에 일부 오류가 있지만 명예훼손이라 보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이런 애매한 사안까지 삭제 요청으로 밀어붙이면 오히려 브랜드가 소비자 의견을 억누른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으므로, 오차의 정도가 크지 않다면 공개 댓글로 정확한 사실을 안내하는 방식(8강)이 더 안전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