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먼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굿즈 제작업에서 샘플 사진은 취향을 보여주는 장식이 아니라 제작 역량의 증거입니다. 아크릴 키링의 절단면과 도무송 정밀도, 인쇄 해상도와 색 재현, 홀로그램이나 박 후가공의 질감은 실제로 인쇄된 도안 위에서만 확인됩니다. 무지 목업만 걸어두면 견적 문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많은 업체가 누구나 알아보는 캐릭터로 샘플을 만들어 올립니다. 광고를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익숙한 도안이 얹혀 있어야 품질 차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 동기 자체는 업종 구조에서 나오는 것이라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유명 캐릭터 도안을 키링이나 스티커, 아크릴 스탠드로 제작하는 행위는 원저작물의 복제에 해당할 수 있고, 도안을 변형해 얹으면 2차적저작물 작성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5조는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 등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저작물로 규정해 독자적으로 보호하고, 제22조는 원저작자가 2차적저작물을 작성·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합니다. 그래서 출처를 밝혔다거나 일부만 썼다거나 조금 바꿨다는 사정만으로 허락 의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굿즈 업체가 특히 불리한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판매하지 않고 광고용 사진으로만 쓰더라도 사진을 찍으려면 물건을 이미 만들었어야 하므로, 제작 단계에서 복제가 완료된 상태라는 점입니다. 위험은 저작권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유명 캐릭터는 도안이 저작물로 보호되는 동시에 이름과 로고가 상표로 등록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표권은 상표법 제82조 제1항에 따라 설정등록으로 발생하고, 제107조는 침해의 금지·예방 청구와 함께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설비 제거 청구까지 인정하며, 제230조는 상표권 침해행위를 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저작권 쪽도 제136조 제1항이 저작재산권 침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원칙은 친고죄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상습적으로 침해한 경우 등은 고소 없이도 수사·기소될 수 있습니다. 제작 대행이라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복제물을 만든 주체는 제작 업체입니다. 공정이용을 방어 논리로 삼기도 어렵습니다. 저작권법 제35조의5는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 이용된 부분의 비중,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해 사후에 판단하는 구조이고, 수주를 목적으로 한 광고 게재는 영리 목적이 명백해 첫 번째 요소에서 불리합니다. 여기에 표시광고법 문제가 겹칩니다. 정식 라이선스 없이 캐릭터 굿즈 사진을 걸어두면 소비자에게 '이 업체는 저 IP의 굿즈를 정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데, 표시광고법 제3조는 거짓·과장, 기만, 부당비교, 비방을 부당한 표시·광고로 금지하고 판단은 평균적인 주의력을 가진 소비자가 광고 전체에서 받는 인상을 기준으로 이루어집니다. 권리자가 문제 삼지 않더라도 이쪽에서 시정조치와 과징금이 따로 나올 여지가 남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실제로 쓸 수 있는 경로를 네 가지 드리겠습니다. 첫째, 업체가 직접 그렸거나 외주 계약으로 저작재산권과 2차적저작물작성권까지 명시적으로 양수한 오리지널 캐릭터·패턴을 샘플 도안으로 만드십시오. 한 번 만들어두면 모든 공정 비교 컷에 계속 쓸 수 있어 장기적으로 더 쌉니다. 둘째, 실제 수주했던 건은 의뢰인에게 서면 허락을 받아 게재하십시오. 견적서나 발주서에 '결과물을 포트폴리오에 게재할 수 있다'는 항목을 기본으로 넣어두면 매 건마다 따로 물을 필요가 없습니다. 셋째, 품질 자체를 보여주는 구성으로 대체하십시오. 절단면과 후가공 확대 컷, 같은 도안을 UV·오프셋·실사로 각각 출력해 나란히 놓은 비교 컷, 색상 교정 전후 컷은 캐릭터 없이도 역량을 증명합니다. 넷째, 특정 IP 수요가 실제로 크다면 권리자나 라이선싱 에이전시에 제작과 홍보 범위를 포함한 이용 허락을 문의하십시오. 일부 권리사가 2차 창작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기도 하지만 허용 범위가 제각각이고 이번 확인 범위에서 개별 가이드라인을 대조하지 못했으므로, 해당 권리사에 직접 문의해 서면으로 받아두십시오. 가이드라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작 대행업체의 광고 게재까지 허용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조문과 최신 기준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이용 허락 절차는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