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중고라 반품 불가'는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문구이면서 동시에 가장 위험한 문구입니다. 왜 그런지 이 업종의 구조부터 보겠습니다. 중고 악기는 모델명이 같아도 개체마다 다른 단품입니다. 제조 연도와 생산지, 지판과 프렛의 마모, 넥 휨과 트러스로드 여력, 접합부 수리 이력, 픽업이나 해머·현의 교체 여부, 하드케이스와 순정 부속의 유무가 개체마다 갈리고 그 차이가 곧 가격 차이입니다. 그래서 새 상품처럼 대표 이미지 한 장과 모델명만 걸어 두면 구매자가 받은 물건과 광고가 어긋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개체를 대표할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 이 업종 반품 분쟁의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광고에 먼저 들어가야 할 것은 반품 제한 문구가 아니라 상태 고지입니다. 세 덩어리로 나눠 적으십시오. 첫째 상태 등급인데, 매장이 쓰는 등급 체계의 기준을 함께 적지 않으면 '상태 최상' 같은 표현은 판단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둘째 수리·개조 이력으로, 언제 어디서 무엇을 교체했는지까지 적어야 합니다. 셋째 부속품 유무인데, 하드케이스·순정 부속·보증서·구매 영수증처럼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모두 나열하셔야 합니다. 사진도 전체 컷과 별도로 하자 부위를 근접 촬영해 어느 부위인지 표기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하자를 사진 각도로 가리거나 수리 이력을 비워 두는 방식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가 금지하는 기만적 광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거짓·과장뿐 아니라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까지 금지하고, 집행은 공정거래위원회가 합니다. 이제 '중고라 반품 불가'가 왜 충돌하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1항은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 또는 재화등을 공급받은 날부터 7일 이내의 청약철회를 정하고 있고, 이 권리는 상품 하자와 무관하게 단순 변심만으로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청약철회를 제한할 수 있는 예외 사유는 같은 조 제2항에 한정해 열거돼 있는데, 그 판단 기준은 상품의 종류가 아니라 상품의 상태와 가치 감소 여부입니다. 즉 '중고'라는 카테고리 자체는 예외 사유가 아닙니다. 사업자가 임의로 청약철회 권리를 축소하는 약관이나 고지는 그 자체로 무효로 취급될 수 있고, 예외 사유에 해당하더라도 제한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그 예외마저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 더 큰 위험은 기간 쪽에 있습니다. 상품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계약과 다르게 이행된 경우 청약철회 기간은 7일이 아니라 공급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이면서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입니다(전자상거래법 제17조 제3항). 하자를 적지 않고 판 중고 악기는 7일이 지났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국 상태를 상세히 적는 일이 반품을 부르는 게 아니라 반품 기간을 짧게 묶어 주는 일이 됩니다. 그래서 문구를 고치실 때는 '반품 불가'가 아니라 '반품 가능 조건'을 정확히 안내하는 방향으로 바꾸십시오. 수령 후 며칠 안에 어떤 상태로 반송해야 하는지, 셋업이나 개조를 한 뒤에는 왜 원상회복이 어려운지, 반송 포장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적는 편이 안전합니다. 다만 부피가 크고 파손 위험이 높은 중고 악기의 반송비 부담과 포장 요건을 어디까지 판매자가 정할 수 있는지, 왕복 운송 중 손상의 책임을 어떻게 나누는지는 이번 확인 범위에서 원문으로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금액이나 면책 문구를 임의로 적지 마시고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상담과 입점한 오픈마켓의 반품 정책으로 각각 확인하십시오. 등록 방식도 함께 바꾸셔야 합니다. 중고 악기는 카탈로그형 등록과 맞지 않으니 개체마다 관리번호를 붙여 한 개체당 한 상품으로 올리고, 그 번호로 촬영 원본과 상태 점검표, 매입 기록을 묶어 두십시오. 발송 전 상태를 입증할 수 있게 되고 같은 모델의 다른 개체 사진이 섞여 들어가는 사고도 막힙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품 정보제공 고시가 업종·품목별 필수 표시항목을 정하고 있으므로, 악기 분류에 어떤 항목이 요구되는지 고시 원문에서 확인해 품명·모델명, 제조자 또는 수입자, 제조국, A/S 책임자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채워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