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주문자 혼자 책임지는 구조가 아닙니다. 인쇄만 했으니 우리와 무관하다는 정리가 이 업종에서 가장 자주 깨지는 지점이라, 왜 그런지부터 사실대로 보겠습니다. 스티커 제작은 고객이 보낸 원고를 받아 칼선을 잡고 그대로 출력하는 구조이고, 도안을 창작하는 쪽은 업체가 아닙니다. 그런데 저작권법이 보는 행위는 창작이 아니라 복제입니다. 저작권법 제16조는 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을 복제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하고 있는데, 남의 도안을 실제로 물건으로 찍어낸 주체는 주문자가 아니라 귀사의 기계입니다. 그래서 권리자가 문제를 삼을 때 제작 업체는 무관한 제3자가 아니라 침해 행위를 직접 실행한 당사자로 지목됩니다. 민사부터 보시면 민법 제760조 제1항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같은 조 제3항은 교사자와 방조자도 공동행위자로 봅니다. 연대책임이라는 말은 권리자가 주문자와 제작 업체 중 회수가 쉬운 쪽에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이고, 실무에서는 사업자등록이 있고 자산이 파악되는 제작 업체가 먼저 청구를 받는 쪽입니다. 형사는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이 복제 등의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을 침해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제140조는 원칙적으로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게 하되 영리를 목적으로 하거나 상습적으로 한 경우에는 고소 없이도 처리할 수 있게 합니다. 대가를 받고 수주 물량을 찍는 일은 영리 목적에 해당한다고 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는지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손해배상에는 고의나 과실이 필요하니 이론상 여지는 남습니다. 다만 누구나 알아보는 캐릭터나 연예인 사진, 다른 회사 로고가 그대로 들어온 원고를 아무 확인 없이 출력한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확인 절차를 갖추고 기록을 남겨 두신 업체는 같은 사고에서 결과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주문 계약에서 확인하실 것은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주문서에 원고의 저작권과 초상권을 포함한 일체의 권리를 주문자가 보유하거나 이용 허락을 받았다는 보증 문구를 넣으십시오. 둘째 제3자 분쟁이 생기면 주문자가 방어비용까지 부담한다는 면책과 구상 조항을 넣되, 이 조항은 주문자와의 내부 정산 근거일 뿐이고 권리자가 귀사에 직접 청구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점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셋째 구상이 실제로 가능하려면 상대가 특정돼야 하니 사업자등록번호나 신원, 연락처를 접수 단계에서 받아 두십시오. 넷째 원고 파일과 주문서, 보증 문구에 동의한 시각을 함께 보관하십시오. 다섯째 유명 캐릭터와 아이돌 사진, 구단 엠블럼, 다른 회사 로고, 라이선스가 확인되지 않는 유료 폰트가 포함된 원고는 이용 허락 서면을 확인하기 전까지 접수를 보류한다는 사내 기준을 문서로 만들어 두십시오. 이미 권리자나 대리인에게 연락을 받으신 상태라면 순서가 따로 있습니다. 먼저 해당 건의 제작과 출고를 멈추시고 남은 재고와 판 데이터를 보존하십시오. 자료를 지우면 고의 정황으로 읽힙니다. 그다음 주문서와 원고 파일, 접수 기록을 모아 그 건이 누구의 지시로 몇 장이 나갔는지 특정하시고, 주문자에게 통지해 함께 대응할지 확인하십시오. 합의금 요구를 받으셨더라도 금액과 범위를 문서로 받기 전에는 송금하지 않으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같은 도안으로 청구가 반복되는 사례가 있어서, 합의 범위에 이미 출고된 수량과 향후 청구 포기가 들어가 있는지 확인하셔야 합니다. 원고에 섞여 들어오는 유료 폰트와 스톡 이미지도 같은 계열의 위험입니다. 라이선스는 대개 용도별로 나뉘어 있어서 웹용으로 구매한 이미지가 인쇄 상업물에는 쓰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폰트가 아웃라인으로 처리돼 들어오면 업체 쪽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주문서의 권리보증 문구에 폰트와 이미지의 라이선스 범위까지 포함된다는 문장을 넣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도 적어 두겠습니다. 스티커 제작 업체가 주문자 원고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은 공개 판결례와 서체 파일 관련 판례의 사건번호는 이번 확인 범위에서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개별 사안의 판단이 필요하시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저작권 상담과 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 서비스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