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먼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인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해외 아티클을 번역해 올리는 방식은 실제로 잘 작동합니다. 국내에 아직 없는 정보라 검색 수요가 비어 있고, 번역기 품질이 올라와서 물리적인 진입 장벽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방식으로 트래픽을 만든 블로그가 실제로 많습니다. 이걸 안 되는 일이라고 흐리면 그다음 설명이 믿기지 않으실 테니, 되는 건 된다고 먼저 말씀드립니다. 문제는 그 작동이 권리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번역은 저작권법이 정면으로 다루는 행위입니다.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2차적저작물이라 하여 독자적인 저작물로 보호한다고 정합니다. 그래서 번역한 글에 번역자의 저작권이 생기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같은 조 제2항이 이어서, 2차적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못 박습니다. 그리고 제22조는 저작자가 그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고 정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번역물에 내 권리가 생기는 것과, 그 번역을 만들 권리가 나에게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허락 없이 번역해 게시하면 원저작자의 2차적저작물작성권과 공중송신권을 침해한 상태에서 내 권리가 얹히는 구조가 됩니다. 해외 저작물이라 국내법이 안 미친다는 생각도 통하지 않습니다. 저작권법 제3조 제1항은 외국인의 저작물이 대한민국이 가입 또는 체결한 조약에 따라 보호된다고 정합니다. 우리나라는 관련 국제 조약 체제 안에 있으므로 해외 블로그 글과 기사도 국내에서 보호됩니다. 제재의 무게도 국내 저작물과 같습니다. 저작권법 제136조 제1항은 저작재산권 침해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병과할 수 있게 하며, 제125조의2는 법정손해배상으로 저작물당 1천만원 이하, 영리를 목적으로 고의로 침해한 경우 저작물당 5천만원 이하 범위에서 청구할 수 있게 합니다. 블로그 글 한 편이 아니라 수십 편을 같은 방식으로 쌓아 두었다면 건수만큼 곱해집니다. 출처를 밝히면 된다는 말도 자주 도는데, 그건 면책이 아닙니다.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을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정당한 범위와 공정한 관행이라는 두 조건이 붙어 있고, 원문 전체를 번역해 옮기는 것은 인용이 아니라 복제와 2차적저작물 작성에 해당합니다. 제35조의5의 공정한 이용 조항도 있지만 이 역시 이용의 목적과 성격, 저작물의 종류와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그리고 그 이용이 저작물의 현재 또는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따져 판단합니다. 원문을 대체해 버리는 전문 번역은 마지막 항목에서 특히 불리합니다. 여기에 검색 쪽 위험이 하나 더 붙습니다. 번역 전재는 원문과 실질이 같은 문서라서 중복·저품질로 평가될 여지가 있고, 원저작자의 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글 한 편이 아니라 채널 전체의 신뢰가 흔들립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문장 순서를 섞거나 재작성 도구로 돌려 원문 대조를 피해 가는 방법은 여기서 쓰지 않겠습니다. 그건 침해 사실을 바꾸지 못하고 탐지만 늦출 뿐이라, 나중에 발견됐을 때 고의성 판단에서 오히려 불리해집니다. 그래서 권해 드리지 않습니다. 대신 같은 콘텐츠 전략을 합법적으로 세우는 길이 네 갈래 있습니다. 첫째, 허락을 받으십시오. 의외로 잘 됩니다. 해외 개인 블로그나 뉴스레터 운영자에게 한국어 번역 게재와 원문 링크 표기를 제안하는 메일을 보내면 승낙 비율이 낮지 않습니다. 승낙받은 범위(게재 채널, 기간, 원문 표기 형식)를 메일로 남겨 두시면 그게 증빙이 됩니다. 둘째, 처음부터 이용이 열려 있는 자료를 고르십시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표시가 붙은 콘텐츠는 조건만 지키면 번역 게재가 가능합니다. 다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같은 조건이 라이선스마다 다르고 변경 금지 조건이 붙으면 번역 자체가 막히므로 표기를 정확히 읽으셔야 합니다. 국내외 공공기관 자료는 공공누리 유형 표시를 확인하십시오. 셋째, 전재 대신 해설로 구조를 바꾸십시오. 원문에서 핵심 수치와 주장 한두 줄만 인용 형식으로 가져오고(출처와 원문 링크 명시), 나머지는 그 내용이 국내 시장에서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사장님의 해석과 실제 사례로 채우는 방식입니다. 분량의 대부분이 직접 쓰신 문장이 되면 제28조의 정당한 범위에 훨씬 가까워지고, 검색 쪽에서도 원문과 구별되는 독립 문서가 됩니다. 넷째, 사실과 데이터는 그대로 쓰셔도 됩니다. 통계 수치나 사건 자체에는 저작권이 붙지 않으므로, 숫자를 인용하고 표현은 사장님 문장으로 새로 쓰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표나 그래프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별개이니 직접 다시 그리십시오. 한 가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원문의 어느 정도 분량까지가 제28조의 정당한 범위 안의 인용인지에 대한 정량 기준은 법에 정해져 있지 않고 사안별 판단이라, 이번 확인 범위에서 확정할 수 있는 수치 기준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어내지 않고 남기니, 구체적인 글을 앞에 두고 판단이 필요하시면 한국저작권위원회 1800-5455로 전화해 1번 저작권 법률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